지난 칼럼에서는 인문 논술 전형의 특징과 입시에서의 역할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번에는 논술 전형이 어떤 학생들에게 적합한지, 그리고 논술 준비는 언제부터 어떻게 시작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인문 논술 전형 가이드
논술 전형은 흔히 강남·서초 지역의 일반고와 광역 자사고 학생들이 수시에서 선택하는 대표적인 전형이다. 이들 학교에서는 내신 경쟁이 치열하여 학종이나 교과 전형으로 원하는 대학을 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재수·삼수생들도 수시에서는 논술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단순히 "쓸 수 있는 전형이 없으니 논술이라도 지원해 보자"는 접근은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논술이 유리한 학생들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책 읽기와 글쓰기에 대한 부담이 없는 학생
논술 시험은 자유로운 글쓰기가 아니다. 대학별로 요구하는 글쓰기 방식이 다르고, 주어진 자료를 논리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글쓰기에 대한 공포가 없고, 독서 경험이 많아 텍스트를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하는 학생이 논술을 수월하게 시작할 수 있다. 수행평가나 보고서 작성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학생이라면 논술에서도 비교적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내신 성적보다 학업 능력이 뛰어난 학생
내신은 주어진 범위를 철저히 암기하고 꼼꼼하게 정리해야 하는 시험이다. 하지만 학습 스타일에 따라 내신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런 학생들 중에서도 이해력과 사고력이 뛰어난 경우, 논술을 통해 내신 성적 이상의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있다. 부모 입장에서 볼 때, "아이의 학업 능력이 내신 성적보다 분명히 좋은데 시험에서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다"는 느낌이 든다면 논술을 고려할 만하다.
모의고사 성적이 내신보다 우수한 학생
내신 성적이 좋지 않지만 모의고사에서는 상대적으로 성적이 잘 나오는 학생이라면 논술이 효과적인 대입 전략이 될 수 있다. 특히 수능 최저 기준이 있는 논술 전형에 지원하는 경우, 논술 실력뿐 아니라 수능 성적도 중요하기 때문에 모의고사 성적이 안정적인 학생에게 유리하다.
반면, 독서나 글쓰기에 흥미가 없고, 비판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논리적 글쓰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이라면 논술보다는 정시에 집중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논술 전형을 고려하는 학생이라면 고2 겨울방학부터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고2 겨울방학은 수능 1타 강사들의 수능 강좌가 개강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이 시기는 예비 고3 수험생들이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은 편이므로, 논술 학원을 다니며 자신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논술 전형을 막연히 고려하는 학생이라면, 이 시기에 학원을 등록해 기출 문제를 풀어보고 첨삭을 받으면서 스스로 논술을 잘할 수 있을지 객관적인 평가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특히 대치동에는 유명 논술 학원들이 몰려 있어, 논술을 고려하는 학생들이 직접 현강을 듣고 평가받는 것이 가능하다. 지역적으로 대치동까지 다니기 어려운 경우라면, 인강을 활용하거나 대학별 홈페이지에서 기출 문제와 해설을 출력해 풀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논술이 자신에게 맞는 전형인지 확신이 없다면, 겨울방학 동안 충분한 연습과 테스트를 통해 논술 전형을 선택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논술 전형을 결정했다면, 이후에는 목표 대학의 기출 문제를 집중적으로 풀어보며 글쓰기 연습을 지속해야 한다. 논술은 기본적으로 연습량이 많은 학생이 합격 확률이 높다. 대학별로 요구하는 논술 유형이 다르기 때문에, 지원하려는 대학에 맞춰 전략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논술 전형은 '로또 전형'이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고 합격이 어렵다. 따라서 "수시에 쓸 게 없으니 논술이라도 해 보자"는 생각으로 늦게 준비를 시작하는 것은 위험하다. 논술은 단기간에 실력을 키우기 어려운 전형이며, 무리하게 준비하다 보면 정시 대비를 위한 수능 공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논술은 철저한 계획과 전략이 필요한 전형이다. "논술 전형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고2 겨울방학 이전에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만약 논술 전형을 결정했다면, 목표 대학에 맞는 체계적인 연습을 통해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해야 한다.
다음 칼럼에서는 논술 전형을 선택할 때 왜 신중해야 하는지, 그리고 무모한 논술 지원이 입시에 어떤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뤄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