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두 칼럼에서 인문 논술 전형의 특징과 준비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이번 글에서는 논술을 사전 준비 없이 원서 접수 시기에 급하게 지원했을 때 어떤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지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논술 전형은 선발 인원이 적고, 내신 반영이 거의 없거나 미미하기 때문에 지원 자체의 장벽이 낮다. 하지만 이 때문에 경쟁률이 지나치게 높아지고, 단순한 ‘도전’ 수준으로 접근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빈번하다. 특히 수능 최저 조건이 걸려 있는 경우, 처음 지원자 대비 실질 경쟁률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논술도 결국 수능 실력이 중요한 전형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논술을 미리 준비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한 경우라면 논술 전형이 유용한 대입 카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 단순히 “정시 원서를 6장이나 날리기는 아깝다”는 이유로 논술을 지원하면 오히려 입시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범할 수 있다.
정시를 준비하는 ‘정시러’ 학생들, 그리고 재수·삼수생들은 수시 지원이 가능한 시기가 되면 고민에 빠진다. 아무리 정시에 집중하려는 학생도, 6장의 수시 원서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 이때 가장 손쉬운 선택지가 바로 논술 전형이다.
하지만 논술은 학종이나 교과 전형과 달리 지원 가능한 대학 수준이 내신과 무관하기 때문에, 무조건 ‘상향 지원’하는 경향이 강하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학생과 부모 모두 비이성적인 희망 회로에 빠진다는 점이다.
논술을 준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혹시 내가, 혹은 우리 아이가 이 학교에 붙을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기 시작한다. 현실적으로 합격 가능성이 극히 낮음에도 불구하고, 논술을 한 번도 준비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점점 잊히고, 논술 합격 가능성을 점점 더 크게 평가하게 된다.
논술 전형의 또 다른 문제는 수능 최저 충족 조건이다. 대부분의 논술 전형 대학들은 “2개 과목 합 5”, “3개 과목 합 6” 등 특정 수능 성적을 요구한다. 문제는 논술 지원을 하면서 학생들이 수능 공부 방향을 왜곡하는 실수를 범하기 쉽다는 점이다.
논술을 준비 없이 급하게 지원하는 학생들의 경우, “논술 최저만 맞추면 되지 않을까?”라는 착각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수능 공부를 전반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몇 과목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결국 정시 성적 하락으로 이어진다.
논술 준비 없이 논술을 보는 학생의 경우, 수능 성적을 정시에 초점을 맞춰 전 과목 고르게 공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논술 최저 기준만을 의식해 일부 과목에만 집중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최저를 맞춘다 해도 논술에서 경쟁력을 가지기 어렵고, 최저를 맞추지 못하면 논술은 자동 탈락이다. 결국 논술도 실패하고, 수능 공부도 소홀해지는 최악의 결과를 낳는다.
논술 전형에서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은 수능 전에 논술 시험을 치르는 대학들이다. 수능을 치르기도 전에 논술 시험이 있으면, 학생들은 "지금이라도 논술을 준비하면 합격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논술 준비에 몰입하면서 수능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일부 학생들은 논술 시험 직전 며칠 동안 논술 학원을 다니면서 단기 준비를 시도하지만, 이는 오히려 수능을 망치는 지름길이 된다.
논술 시험이 수능 이후라면 그나마 수능 공부에 집중할 수 있지만, 수능 전에 논술이 있으면 학생들은 논술 준비에 정신이 분산되면서 수능에서도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논술은 단기간에 실력을 쌓기 어려운 시험이다. 지원하는 학교별로 논술 유형이 다르고, 논리적 글쓰기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지속적인 연습과 훈련이 필요하다.
따라서 수시 원서를 접수하는 시점에 갑자기 논술을 선택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전략이다.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논술 전형을 급하게 지원하면서 수능 준비에 대한 긴장감을 놓쳐 논술도 실패하고, 정시에서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이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논술은 "막연한 기대"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논술을 선택했다면 그에 맞는 철저한 준비가 필수다. 그렇지 않으면 논술도 실패하고, 수능도 흔들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논술 전형은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며, 수능 공부를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전략적으로 준비해야 한다.